분더카머
"분더카머" 근대 초기 유럽의 지배층과 학자들이 자신의 저택에 온갖 진귀한 사물들을 수집하여 진열한 실내공간 기억이란 대부분의 경우 그보다 훨씬 거대한 망각의 잔여물에 불과하다 ... 오히려, 언뜻 보면 무가치한, 부서진, 깨진, 닳은, 기원과 이름을 모를, 무수한 말과 이미지의 파편들이 혼란스럽게 뒤섞여 존재한다. 이 사적인 언어와 이미지의 파편들은 르네상스인의 분더카머에 진열된 사물들과 같은 객관적 지식의 탐구 대상을 넘어서 삶의 매순간마다 우리의 몸과 마음 안팎에 다양한 감각과 감정을 유발하고 우리 또한 그것을 역으로 투사하는 매개체다. (19p.) 분더카머의 시작이 비록 '유럽의 지배층과 학자'들의 '진귀한 사물'을 수집한 것이라 할지라도 모든 인간의 몸과 정신에 존재하지 않을까? ..